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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스쿠

[회고] 나의 삶은 어떤 문양을 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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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체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지난날과 현재를 돌아보는 생각에 시간을 더 많이 쏟는 편입니다. 내가 학창 시절에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것에 열을 내었는지 자주 되짚어보곤 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지금 나의 모습과 겹치는 당시의 모습들이 하나씩 보였습니다.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겠죠. 그 모습들을 시간 순으로 생각나는 대로 한 번 짚어보려 합니다. 드러내고 싶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는 나의 모습은 이후에 또 짚어보려 합니다. 시작은 학창 시절의 나로 시작할게요.

 


 

학창 시절,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스포츠를 참 좋아하였습니다. 친구들이 총 게임과 전략 게임을 할 때 저는 야구와 축구게임을 주로 즐겼습니다. 또한, 1:1 개인전은 잘하지 않았습니다. 꼭 팀을 이루어 2:2, 3:3 경기를 하며 실력을 쌓았죠. 중학교 체육대회 때 반의 명단을 짜고 연습시켜 이뤄낸 팀의 승리는 아직도 인생의 대표적인 희열로 남아있습니다. 하나로 똘똘 뭉쳐있는 내 “팀”, 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라는 의미가 크게 와닿았어요. 개인의 임팩트보다는 팀으로써 보여주는 임팩트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말 그대로 신뢰와 환대를 마음껏 주고받는 팀, 집단을 계속해서 바래오곤 했습니다.

 이러한 이상향은 저에게 사람을 보는 기준을 심어주었습니다. 본인의 이득보다 상대를 위할 줄 아는 헌신적인 태도라던가, 모두를 배려하며 집단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세심함이라던가, 본인의 자리에서 내는 최대한의 역량, 이러한 요소들 말이죠. 이렇게 쌓아온 기준들은 자연스레 제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에 반해 함께 있는 집단에서 불편한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한 집단의 리더의 입장이 되었을 때면 앞장서서 개인의 불편함을 들어주고 해소해 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개발 문화를 참 좋아합니다. 어느 집단보다도 서로에게 나누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접한 문제를 알려주고, 풀어낸 문제를 공유하고, 그것을 인사이트 삼아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기를 응원합니다. 공유와 소통의 영역이 굉장히 활발함을 느꼈습니다. 지식의 독점욕을 가진 이들과 경쟁하며 지쳐있던 저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동아리에서 파트장까지 하며 꿈을 이어나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수험생, 수학 문제를 바라보며

 여느 이과생들처럼 수학 문제 푸는 것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여러 문제를 빠르게 푸는 데에서 성취감을 얻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기술에 가까웠고, 되려 하나의 문제에 진득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17학년도 수능 30번 문제를 몇십 분 동안 무릎 꿇고 고민하며 풀어내었던 기억이 인상 깊습니다. 가채점 결과가 맞게 나왔을 때에는 더더욱이 날아갈 듯이 기뻤죠.

 고등학교 때 제가 아끼던 친구와 ‘나중에 수학을 풀며(문제해결의 기쁨을 누리며) 일을 하고 싶다’라며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 소망은 개발을 통해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되려, 수학보다도 더 구체적인 내가 좋아하는 문제 정의와 해결의 영역이라고 생각듭니다. 이를 통해 이후에도 제가 원하는 방향의 일을 방해 없이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집니다.

 

대입 후, 나의 춤을 들여다보며

 학창 시절 저는 꽤나 숫기가 없었습니다. 주로 남의 의견이 저의 의견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잘 듣는 사람이야’라는 오해로 대화에서 받는 질문 외에는 나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의 발표는 끔찍했어요. 저를 드러내는 것이 익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해서, 이것을 깨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 ‘자세와 외형을 이쁘게 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어우러져 쭈뼛쭈뼛 스트리트 댄스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 1~2년은 별생각 없이 즐기기만 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잘한다며 팀장 역할도 맡았습니다. 그저 과정이 즐거워서 빈 연습실에 가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추는 춤에 대한 의미를 새겨보니, 큰 의미가 남아있더군요.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춤은 가장 날 것의 모습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 좋은 작용제가 되어줍니다. 거울로 나의 춤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며 연습을 하기 때문에, 몰랐던 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움직임을 세심하게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과정을 가집니다.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때 수십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흔히 본인 춤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거든요.) 나름의 큰 도전을 한 것만큼 상상하기 힘든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공감이 될 때에 환호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 제가 사랑하는 예술의 모습이었습니다. 점점 저는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게 되었습니다.

 주위 이들을 돌아보면 “나”의 “아름다움”을 아끼고 대담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들과 같이 저도 서서히 저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것을 즐겨가고자 합니다.

 

군 생활, 여유와 사색을 가지며

 안정파인 저는 도전을 크게 안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실 가능한 목표를 주로 세웠습니다. 주어진 것에는 성실히 임하였지만, 능동적인 면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니 당연하게도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착착 성공했습니다. 춤도 잘 추었고, 과에서는 수석으로 학교를 다니고, 친구과도 원만히 잘 만났습니다.

 훈련소에서 문득 던진 ‘좋은 대학에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그 이후는?’ 이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꽤 당황했어요. 분명 계획대로 살아왔는데 이후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때부터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열을 내는지부터 쭉 정리해 보았습니다. 리스트 된 항목들을 보아하니 과거 행동들에 대해 이해가 되었고, 앞으로 내가 삶을 잘 살기 위해 나아갈 방향이 미약하게나마 보였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나만의 미를 추구하자’, ‘하루하루를 누리며 살자’ 등의 가치관을 세웠습니다. 그 가치관들을 지키며 언제 삶이 끝나더라도 만족할 삶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삶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답을 정의 내리려다 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는 아마 죽기 전 날까지도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에는 이 삶의 지도처럼, 돌아볼 때 특정한 성격들을 띌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엔지니어, 생각의 본질을 찾으며

 기존의 저는 어떠한 상황에 대한 나만의 정의 내리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행하는 엔지니어링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정의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인터페이스 나에게만 편의을 가지면 안 되고, 어느 엔지니어가 보아도 이해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용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또한, 어느 하나에 대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로 됨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인의 생각에 대한 본질도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생각이 정말 맞는 생각일지, 등에 대한 사고가 더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고 프로세스가 단단해지며 속도와 정확성이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글또 덕분에 며칠 동안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글로써 풀어내니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더 많은 카테고리들이 뜨문뜨문 생각나는데 이후에 또 추가를 해보겠습니다.

당시에 분명 내가 지금 나처럼 살 것이라는 추측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고 정리해 보니 나의 모습들이 그려지는 것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앞으로의 삶도 어떠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하나의 심지를 가지고 나아간다면, 분명히 제 삶 전체에서 그려지는 문양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에 그 문양이 제 맘에 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후에 글쓰기에 대한 카테고리가 추가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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